[겨울 추억여행] 창녕 '부곡하와이'
여긴 물이 달라…노는 물도 달라
부모는 추위에 웅크린 몸 지지고…아이는 신나서 워터파크 누비고
- 광장엔 눈조각, 창고엔 얼음조각 축제 한창
- 자녀 물놀이 끝내면 어른들 온천욕 즐길 시간
- 눈썰매 타고 놀이동산 돌면 1박2일도 짧아
예전 여섯 살 때 가족과 함께 경남 창녕의 부곡하와이에 간 적이 있다.
사실 그때는 거기가 창녕인 줄도 몰랐다.
세상에 큰 물놀이장은 부곡하와이뿐인 줄 알던 때였다.
물놀이하던 중 두 살 위 친형이 성인 다이빙대에 올라가더니 겁 없이 뛰어내렸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혼자 발버둥 치던 형을 구조요원이 구조했다.
이 때문일까.
30년 넘는 세월 동안 부곡하와이를 잊고 살았다.
![]() | |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 호텔에 딸린 노천온천인 스파니아에서 성인 남녀가 온천에 몸을 담근 채 피로를 풀고 있다. |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면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뿐 아니라 국내 곳곳의 온천이 인산인해다.
어디를 가볼까 생각하다 어릴 적 추억이 서린 부곡하와이가 불쑥 떠오른다.
얼음조각 눈조각을 볼 수 있고, 눈썰매와 온천뿐 아니라 식물원과 산책로까지 조성돼 있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여행으로 제격이다.
부곡온천으로 가는 길이 3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 설렌다.
부곡온천은 1973년 1월에 온천이 발견된 이래 1977년 국민관광지, 1981년 온천지구,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되며 온천특구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전국 최고 온도인 섭씨 78도에 이르며 약알칼리성 유황온천이라고 한다.
대중온천탕이 16곳이나 밀집해 있다.
부곡온천의 대표 브랜드인 부곡하와이는 부곡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데
가장 오른쪽이 부곡하와이고 왼쪽으로 호텔과 연회장 건물이다.
30년 만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다.
평일 오전에 찾았는데도 이미 부곡하와이 호텔 주차장이 가득 찼단다.
야외 무료주차장에 주차하는데 이미 꽤 많은 차가 들어차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부곡버스터미널 인근의 '부곡온천 르네상스관'을 잠시 들러
부곡온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좋겠다.
![]() | |
부곡하와이 워터파크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초창기부터 있던 구름다리는 30년이 넘어서도 여전히 건재했다. |
부곡하와이 입장료는 대인 3만2000원, 소인 2만2000원이다.
입장료를 내더라도 눈썰매장 스파니아 놀이기구는 별도 이용료를 내야 한다.
패키지 입장권을 구입하거나 소셜앱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약간 비싼 듯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입장하자마자 광장의 눈 조각이 우리를 맞이한다.
물개 맘모스 펭귄 북극곰 등 거대한 조각 10여 개가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 눈 조각가 10명의 작품이다.
아이들이 조각품에서 눈을 뜯어내 눈싸움을 하다 보니 금방 파손되기도 하지만
눈 조각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눈 뭉치에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시킨다.
바로 옆 놀이기구가 있는 하와이랜드로 들어가니 3, 4m 높이에서 조망하는 하늘열차, 미니 바이킹, 회전목마 등 약 20종의 놀이기구가 있다.
시설은 옛날 그대로인 듯하다.
직진하니 얼음조각전시관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확 추워진다.
얼음이 녹지 않도록 얼음창고를 전시관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이용 장갑 마스크 모자 등은 필수다.
전시관은 두 가지 테마로 이뤄져 있다.
먼저 만화 캐릭터 존에는 호랑이 사자 사슴 상어 등 만화영화에 나오는 모습이 조각돼 있고
좀 더 들어가면 자동차 존이 나온다.
레이싱카뿐 아니라 색을 입힌 클래식카 경찰차 배트맨차 등이
차량 라이트에서 불을 반짝이며 곳곳에 배치돼 있다.
아이들이 막 뛰어다니니 사진을 찍으려는 부모는 난감해진다.
가운데에 계단을 만들어 오를 수 있도록 제작한 거대한 지프에는 아이들이 줄줄이 오른다.
지프 옆에 핫초코를 사 먹을 수 있는 바(bar)가 있는데 테이블과 의자, 선반 등
대부분이 얼음으로 만들어져 눈길을 끌었다.
![]() | |
얼음창고에 꾸민 얼음조각 전시관. |
추워서 30분 만에 도망치듯 밖으로 나온다.
전시관 바깥으로 나가니 봄 날씨처럼 느껴질 정도다.
다시 광장의 눈조각을 지나 산 쪽으로 걸으니(내부 순환열차를 타도 된다) 왼쪽 유격장에서 아이들이 강한(?) 체력을 다지고 있었고 아치형 다리
좌우에는 사찰과 저수지, 공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목적지인 눈썰매장은 2개 슬로프 가운데 1개만 개장했다.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개장하지 않은 슬로프에서는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하기 바빴다.
내려오는 길에 오른쪽으로 공원을 돌아보니 노천온천인 스파니아가 눈에 띈다.
선녀가 목욕하는 장면을 기대했건만 실상은 수영복을 입고 온천을 즐기는 남녀노소의 풍경이 펼쳐진다.
온천을 즐기는 모습이 자못 여유롭다.
호텔에 딸린 시설은 수영장 물놀이장 스파니아 '대장글탕' 등이 있다.
스파니아는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하는 찜질방 같은 곳이라면
대장글탕은 정글에 온 듯한 콘셉트로 꾸민 목욕탕으로 보면 된다.
목욕탕이니 당연히 남녀가 유별하다.
![]() | |
알로하 식물원. |
스파니아 입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영장과 물놀이장이 보인다.
20분의 점검 시간이라 한적하더니 점검이 끝나자마자
대기하던 아이들이 물에 뛰어들면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렴풋이 기억나던 구름다리 2개도 그대로 있다.
상대적으로 수영장은 한적했다.
평일 태권도 도장 등에서 단체로 많이 온다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시설을 둘러보고 체험하는 사이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이번엔 당일치기 여행이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숙박시설에 아쉬운 점이 있다.
숙소 내 대형욕조가 없다는 것이다.
인근 숙소 가운데는 개별 객실마다 대형욕조가 설치돼 온천물을 받아 가족끼리 객실 내 욕조에서
오붓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니 취향 따라 미리 확인해 보는 것도 좋겠다.
# 영산에 만년교·석빙고…온 마을이 역사박물관
![]() | |
만년교 |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IC에서 부곡하와이로 가는 길에
창녕군 영산면의 문화재도 둘러보자.
영산면사무소 인근 남산호국공원에는 영산 만년교(보물 564호)가 있다. 길이 13.5m, 너비 3m의 무지개다리다.
개울 양쪽의 자연 암반을 주춧돌로 삼아
'홍예'라는 반원형 아치 모양의 구조를 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다리나 석빙고의 천장을 만드는 기술로 사용됐다. 1780년에 세운 남천석교비와 만년교의 글씨를
13세 소년이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직접 다리를 건너보니 아주 튼튼한 데다 만년교 밑을 지나는 남천에 비쳐 원형으로 보여 아름답다.
안으로 좀 더 들어가면 약 1400년 전인 신라 경덕왕 때 발견됐다는 함박(산)약수터가 있다.
함박산 약수사에 있다.
이 약수터와 관련해 효성 지극한 아들의 전설이 전해진다.
효자 아들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백발노인이 손뼉을 치며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노인이 부른 곳으로 가보니 바위틈에 함박꽃이 피어 있었고
그 밑에 맑은 물이 흐르는데 마시니 속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이에 속병으로 죽음을 앞둔 어머니께 매일 약수를 떠서 드렸더니 나았다는 전설이다.
이 소문이 궁중까지 퍼져 불치병에 걸린 왕자도 평민으로 가장해 매일 약수를 마셨더니 병이 완쾌됐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전국 청정약수터 7선(함박약수터, 청송 달기약수, 인제 개인약수, 무주 선풍령약수,
부여 고란약수, 구례 당을샘약수, 청도 정상약수) 중 최고로 꼽기도 했다.
현재는 함박산 공원 조성공사로 잠시 위치를 옮겨 초라해 보인다.
![]() | |
영산석빙고. |
약수터 인근에는 조선시대 얼음을 저장한
영산 석빙고(보물 1739호)도 있다.
빙실의 천장은 만년교와 마찬가지로 홍예틀을 세워 지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석빙고(경주 안동 창녕 현풍 청도 영산) 가운데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나 원형이 잘 남아있어
석빙고 구조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
'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남 곳곳 [봄 맞이 축제] '기지개' (0) | 2017.03.01 |
---|---|
창원 [만날공원]에 6개 테마 '사랑의 공원' 조성 (0) | 2017.02.17 |
수천 개의 하얀 기둥, 겨울동화 속삭이듯…강원 인제 '자작나무숲' (0) | 2017.01.03 |
아이와 함께 '눈썰매장'을 (0) | 2016.12.23 |
"겨울을 팝니다!" 경남·울산 풍성한 축제 (0) | 2016.12.17 |